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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사라졌지만 기억은 남았다 – 폐교에 담긴 사연들

by knowledgeof 2025. 5. 13.

폐교에서 하는 졸업생 운동회의 모습

사라진 건물, 지워지지 않는 기억

전국 곳곳에 흩어진 폐교들은 수만 해도 수천 곳이다.

저출산과 농촌 인구 감소, 도심으로의 인구 이동은 굉장히 많은 학교의 문을 닫게 했다.

그러나 학교는 단지 교육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자, 많은 사람들의 성장기와 추억이 응축된 장소다.

폐교가 이후에도, 터와 건물, 교정, 운동장, 나무 그루까지도 누군가에겐 잊을 없는 기억들의 일부이다.

건물은 사라졌지만, 안에서 쌓인 수많은 이야기와 정서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있다.

폐허처럼 보이는 폐교에 여전히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첫사랑이 머물던 곳

폐교를 찾는 이들 중에는 한때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졸업생들이 많다.

어릴 친구들과고무줄놀이를하던 골목, 선생님께 야단맞던 복도, 도시락을 나눠 먹던 급식실은 이제 먼지 쌓인 풍경이지만,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선명하다.

강원도의 폐교 앞에 놓인 오래된 벤치에는, 지금도 매년 찾아와 조용히 앉아계시는 노인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의 첫사랑을 학교에서 만났다고 한다.

졸업 연락이 끊겼지만, 가끔 시절이 그리워 이곳에 온다고 한다.

이제는 벽돌도 바스러지고 창문도 깨졌지만, 그에겐 여전히 '설레는 장소'. 이처럼 폐교는 누군가에겐 시간의 표지판이 된다.

공동체의 심장, 사라진 마을의 중심

학교는 단지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시골 마을에서는 마을 회의, 명절 잔치, 결혼식까지도 모두 학교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열렸다.

, 학교는 하나의 '공공광장'이었다.

전북 임실의 분교는 마을 노인정 역할까지 겸했으며, 학생 수가 줄어 폐교된 마을이 급격히 쇠퇴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도 많다.

마을 어귀에 있던 교정의 느티나무는, 수십 동안 아이들과 어른들을 지켜보던 존재였다. 폐교는 단순히 교육 기능의 종료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심장이 멈추는 일이기도 했다.

재회와 화해의 무대가 되기도

몇몇 폐교는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창회 행사를 열며 다시금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SNS 통해 동창을 찾아 모이고, 폐교된 학교를 청소한 사진전이나 체육대회를 열기도 한다.

충북 괴산의 폐교에서는 30 만에 만난 동창들이 과거의 오해를 풀고 진심 어린 화해를 나누기도 했다.

학교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장소이자, 인생 후반부에 들어선 이들이 감정을 정리할 있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공간에서 울고 웃었던 모든 감정들이 다시 피어나는 것이다.

폐교는 '기억의 재생기지' 기능하기도 한다.

영화와 다큐의 단골 무대가 된 폐교

폐교는 시각적으로도 강력한 감정을 자아내는 공간이다.

낡고 교실, 갈라진 , 녹슨 종소리, 먼지 쌓인 복도는 자체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래서 많은 영화감독과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폐교를 배경으로 선택한다.

2011 개봉한 영화 '완득이' 촬영지는 실제 서울의 폐교였으며,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다큐들에도 자주 등장하는 장소이다.

특히 '과거를 회상하는 시점' 표현할 폐교는 가장 적절한 공간이 된다.

교실에서 책상 하나를 쓰다듬는 장면만으로도 관객의 감정을 자극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입양인의 귀향지, 폐교 앞에서 멈춘 시간

한국을 떠나 해외로 입양된 이들 중에는 자신이 다녔던 혹은 태어난 마을의 폐교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1960~80년대의 농촌 마을은 기록이 부족해, 출생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폐교는 그들에게 유일한 단서가 된다.

프랑스 국적의 입양인은 전남의 폐교 교실 벽에 적힌 이름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름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름이었고, 마을 어르신들도 그를 기억해냈다.

폐교는 단순한 건물이 아닌, '잃어버린 정체성' 되찾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기억의 보존이 지역을 살린다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는 폐교를 단순히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아카이브 공간으로 보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교실 한쪽 벽에는 졸업생 사진, 교가 악보, 당시 수업 시간표, 급식 식판 등이 전시되고, 운동장에는 마을 연표와 생활도구들이 설치된다.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고 후세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록은 청소년들에게는 지역의 역사교육이 되고, 어르신들에게는 자긍심을 회복하는 장치가 된다.

폐교는 '기억'이라는 무형 자산을 공간화할 있는 가장 밀도 높은 장소 하나다.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 깃든 공간

폐교는 인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쌓인 장소다.

기쁨, 설렘, 외로움, 슬픔, 후회까지 다양한 감정들이 교실의 공기, 운동장의 , 창틀의 먼지 속에 스며들어 있다.

공간들은 단지 폐쇄된 건축물이 아니라, 시간이 멈춘 감정의 저장소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폐교를 방문하고, 사진을 찍고, 떠나온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

어떤 이에게는 마음의 화해를,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어떤 이에게는 정체성을 되찾는 여정을 제공한다.

학교는 사라졌지만, 기억은 여전히 누군가의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다.